항목 ID | GC04901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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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道峯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김인규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629년 - 「도봉」 저자 박세당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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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몰년 시기/일시 | 1703년 - 「도봉」 저자 박세당 사망 |
배경 지역 | 도봉산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
성격 | 한시|칠언 절구 |
작가 | 박세당(朴世堂)[1629~1703] |
[정의]
1668년 조선 후기 학자 박세당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 도봉산의 정경을 노래한 칠언 절구의 한시.
[개설]
1669년(현종 10) 조선 후기 학자 박세당(朴世堂)[1629~1703]은 연경에서 관등놀이를 구경하였다는 명목으로 대간의 탄핵을 받고 석천(石泉)으로 들어왔다. 박세당은 석천으로 들어오면서 세상과 완전하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명예와 이익 때문에 자신의 삶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는 한편, 산인(山人)으로 살고 싶은 욕망을 나타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봉(道峯)」은 『서계집(西溪集)』 제2권 『석천록(石泉錄)』 상(上)에 수록된 작품이다. 『서계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시편들은 석천동(石泉洞) 시절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박세당에게 있어 석천동은 매우 중요한 곳이며, 박세당 40대 이후의 삶이 펼쳐지고 마무리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도봉」은 이러한 맥락 속에 놓여 있는 작품이자 은거하는 산인(山人)이고자 하였던 박세당의 심경을 담담하게 담아 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구성]
칠언 절구로 이루어진 한시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앞에 펼쳐진 풍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시냇가 뒤쪽의 많은 산들과 옥부용이 늘어선 그 가운데에 서계의 집이 있다는 내용인데, 그 정경을 묘사하기 위한 구성 배치가 독특하고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박세당의 집은 첩첩산중에 위치하였다는 것인데, 이때 집에 대해서는 전혀 구체적인 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지 동쪽 언덕 아래에 있고 문은 제일봉을 마주하고 있다는 소략한 위치 정보만이 나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집을 둘러싼 자연물이 중점적으로 배치된 구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 방법은 오히려 박세당의 집이 지니는 그윽함, 속세와의 절연, 초연함 등의 이미지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여 결국 자연물의 배치와 구성이 집의 이미지를 대신 표현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표출된 집의 이미지가 결국 박세당 본인의 이미지로 직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내용]
불식계서산기중(不識溪西山幾重)[시내 서쪽 산 몇 겹인지 알지 못하겠구나]
삼삼의첩옥부용(森森倚疊玉芙蓉)[옥부용이 첩첩으로 늘어선 듯하네]
아가주재동강하(我家住在東岡下)[나의 집은 동쪽 언덕 아래에 있고]
문대당두제일봉(門對當頭第一峯)[문은 제일봉을 마주 대하고 있네]
[특징]
「도봉」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간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시 형식 자체가 짧은 절구이기도 하지만, 형식이 절구라고 해서 그 내용 또한 간결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도봉」은 도봉산의 정경 속에 내려앉은 집에 수미가 관통되어 있다. 허다한 수식이나 화려한 묘사 없이도 담담하고 간결한 상황 서술만으로 시의 맛을 한껏 살리고 있다. 요컨대 간결함이 주는 시적 분위기의 극대화가 「도봉」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의의와 평가]
박세당은 석천동에 은거를 시작한 이후에 많은 양의 시를 지었다. 박세당에게 있어 석천동에 있던 이 시기는 마음껏 자연을 노래하고, 혼탁한 세상에서 멀어져 강학(講學)하는 기쁨을 누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현실에서 멀어진 선비였지만, 자연과 더불어 같이하고자 하는 삶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가졌던 시기로 볼 수 있다. 또한 석천동은 박세당이 진정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였던 공간이다. 석촌 초기에 보여준 박세당의 정서는 마침내 마음의 고향을 찾은 자의 흥분과 기쁨에서 출발하여, 빠르게 평화롭고 충만한 가슴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박세당은 석촌에서 깨끗하고 한가롭고 행복한 이상 세계를 개척하느라 기꺼이 몸과 마음을 닦아 나갔다고 할 수 있다.
「도봉」에서와 마찬가지로 박세당은 현실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고 있지는 않으며, 그저 자신의 집이 위치한 곳과 도봉산의 아름다운 풍광만을 담담하게 그려 내어 평화롭고도 그윽함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도봉」은 박세당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으로, 심경에 대한 구체적 서술이 없어도 시 자체에서 이미 평온하게 안정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자연과 하나가 된 작자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