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2018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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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Story of Yu Uita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북면 화천리 |
집필자 | 안경희 |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 북면 화천리에서 유의태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유의태 이야기」은 창원 지역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산청군과 함양군 등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물 전설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유의태 전설은 유명한 의원으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유의태 이야기」는 비극적 결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전설과는 차이가 있다.
[채록/수집상황]
1994년 창원군에서 간행한 『창원군지』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창원군 북면 화천리 시화마을의 주민 전기호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 어느 고을에 이생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애를 태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늙어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23세가 되기까지 걷지도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하고 늘 누워서 자라야 했다. 밥도 잘 먹고 말도 잘하고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오직 일어나지 못하는 병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부부는 이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여러 곳을 찾아다니는 등 공을 들여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이생원을 찾아와서 말하기를, “우리나라에 유의태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을 만나면 그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이에 부부는 어떻게 하면 유의태 선생을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내가 유의태 선생이 약을 지어 준 화제가 있으니 이것으로 석 달 열흘을 헛약을 끓이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부가 헛약을 석 달 열흘을 달이니까 어느 날인가 행인이 지나가다가, “내가 지어주지도 않은 약을 어떻게 구했으며, 쓰지도 않은 화제를 어디서 구했는지 부인은 사실대로 말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부인이 누구냐고 물으니 자신이 유의태라고 하였다. 이에 부인은, “우리 집에 아이가 있는데 스물세 살이 되어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누워서 평생을 지내는데 유의태 선생을 만나면 이 아이의 병을 고칠 수 있다기에 이렇게 하고 있다.”고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러자 유의태 선생은 집에 들어가서 문도 열지 말고 문 앞에서 듣고 있다가, “누구냐?”고 물으면 “다만 유의태 선생이 오셨다.”고만 대답하면 그 아이 뱃속에서 무슨 말이 들릴 것이니 그 내용을 나에게 알려 달라고 하였다. 부인이 시키는 대로 하니 과연 아이 뱃속에서, “아이고 선생님이 오셨는데 큰일 났다. 우리는 죽었다. 어디 숨겠느냐?” 하는 소리와, “너는 간 옆에 숨고 나는 쓸개 옆에 숨으면 된다.”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의 말을 전해들은 유의태 선생이 아이 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배 위에다 침 두 대를 놓으니 아이가 벌떡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이에 선생이 아이와 부모에게, “내년 이 때까지 이 침이 꽂혀 있을 것이니 거추장스러워도 절대로 빼서는 안 되며 만약 빼면 큰 일이 난다.”고 일러 주고는 가버렸다.
열흘쯤 지나자 아이는 옷을 갈아입을 때 침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침을 빼버렸다. 그래도 평소 걸어 다니는 것과 차이가 없고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그러자 배에서 들리는 말이, “이제 살았다. 이참에 유의태 새끼 원수를 갚아야 되겠다.”면서 귀신 둘이 뱃속에서 아이 몰래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는 무관심하여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아이의 배에서 나온 두 귀신은 하나로 뭉쳐 아주 예쁜 미인으로 둔갑을 하여 유의태 선생 집 문을 들어섰다. 그때 유의태 선생이 왕진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가만히 천기를 보니 귀신들이 자기를 잡으러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부인에게, “곧 예쁜 부녀자가 나를 찾으러 올 터인데 멀리 출장을 갔다고 하라.”는 말로 당부를 하고는 자신은 장독에 숨었다. 조금 지나자 과연 예쁜 한 여자가 찾아와서, “선생님과 미리 만날 약속을 정하여 두었는데 어디 갔을꼬?” 하면서 온갖 아양과 교태를 지으면서 부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쁜 여자가 남편을 찾고 만날 약속까지 했다는 말에 부인은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여자가 생겼음에도 자신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남편이 야속하고 괘씸하기도 하여 그만, “가기는 어디로 가. 장독 안에 숨었구먼!” 하고는 이실직고하고 말았다.
이 말을 들은 예쁜 여자는 마당에서 세 번 재주를 넘더니 이내 아주 큰 구렁이로 변하여 유의태 선생이 숨어 있는 장독을 실실 감아 버렸다. 잠시 후 부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가보니 선생의 살은 모두 녹아내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이름난 유의태 선생도 부인을 잘못 만난 탓에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모티프 분석]
「유의태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명의 찾는 거짓 화제’, ‘금기를 어긴 아이’, ‘아내 질투로 죽은 유의태’ 등이다. 부부가 늙도록 자식을 얻지 못하다가 아이를 잉태하거나 낳게 된다는 이야기는 고전소설이나 설화의 중요한 공식구이다. 그만큼 비범한 아이의 탄생을 암시하기도 하고, 이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임을 독자나 청자들에게 알려 주는 구실을 한다.
23세가 되도록 앓게 된 병의 원인이 잡귀의 침범 때문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이 잡귀를 몸속에서 쫓아내야 병이 나을 수 있는데, 아이는 유의태 선생이 가르쳐 준대로 행하지 않아 불행은 예견된다. 침을 빼지 말라는 금기사항을 어겨 몸속에서 빠져 나온 두 귀신은 그들을 괴롭히는 유의태 선생을 죽이기로 작정한다. 악귀가 유의태를 찾아오자 부인은 누설을 하여 남편이 죽게 되는 비극적 결말을 이르게 하는데 치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