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음력 3월 중순이 되면 석산마을은 여느 때와 달리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2008년에도 예외는 없어서, 4월 18일(음력 3월 13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갔는데, 바로 도봉서원에서 동산공 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도 보이지만, 이웃 마을인 화양리 곡목마을의 김해김씨 문중 사람인 김도원 씨 얼굴도 보이고, 외지에서 온 낯선 얼굴도 여럿 보인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도포를 걸치거나 양복 차림의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이들이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동산공(東山公) 김명윤 선생을 위한 제사(향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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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과 상산김씨 종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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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향례일 아침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을 더 분주하게 만든다. 서원 아래에 위치한 동산정 종가 안채에서는 향례에 참석한 손님들을 위한 음식 상차림으로 여성들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떡이며 부침개며, 맛깔스런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동산공 향례의 제수는 상산김씨 문중의 수성회(守城會) 회장인 김근희 씨와 총무인 김재식 씨가 4월 16일부터 인근 마산시의 어시장과 시장에서 구입하여 장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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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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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를 준비하는 부녀자들

4월 18일 오전 9시부터 손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수가 5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사람이 많이 모여서인지,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이곳저곳에서 그 동안의 안부를 묻는 소리로 도봉서원이 떠들썩하여 마을에 생기가 넘친다.

서원을 방문한 손님들은 먼저 시도(時到, 요즘 방명록과 같이 참석한 사람의 이름과 주소, 나이, 자(字) 또는 호(號) 등을 기록한다)에 접수를 하는데, 이 업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김기준 씨(65세)가 맡고 있었다. 오전 10시 50분쯤, 이번 행사의 일정이 적힌 집사분정(執事分定-제의를 진행할 때 제의 절차에 따라 그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발표하였다. 초헌, 아헌, 종헌, 집례, 그리고 축문을 담당할 사람은 이미 한 달 전에 정학수 도봉서원 원장과 권요영 도인, 허구성 행임에 의해 선출되었다고 한다.

향례 분정 발표에 이어 원장의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원장의 임기가 다하는 해이기 때문에 차기 원장 선출이 주요 안건 중 하나였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노병덕 씨가 신임 원장으로 추대되었다. 노병덕 씨는 성품과 학식으로 창원 지역 유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유림에서도 꽤나 명성이 자자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원장 선출이 끝난 후, 경건하고 근엄한 분위기에서 향례가 진행되었다. 분정기에 적힌 사람들이 호명될 때마다 한 명씩 향례를 행하는 충현사로 모여들었다.

새하얀 도포 차림의 사람들이 충현사 앞마당으로 모두 들어오자, 축관이 축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근엄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 초헌·아헌·종헌관 순으로 충현사 안으로 들어와 제를 올렸다. 그리고 축관이 축문을 불태우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 해의 도봉서원 향례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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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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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음식을 운반하는 김재식 씨와 충현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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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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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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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향례가 끝나자 다시 여인들의 손발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이다. 제의에 참여한 사람(제관)들이 많아 주위가 혼잡하였지만, 사람들은 다음의 향례를 기약하며 음복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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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공 향례

동산공 향례는 석산마을 상산김씨 입향조이자 임진왜란 1등공신인 창원의 거유(巨儒) 동산 김명윤을 모시는 의례이다. 동산공 향례는 조선 후기부터 치러져 왔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1921년 이후부터라고 한다. 동산공 향례를 치르기 위한 재정과 인적 구성을 마련하기 위해 1921년 11월 창원 고을의 유림들이 창원향교에 모여 「동산정계안(東山亭契案)」을 작성하고, 그 후 1924년 1월에 상산김씨 후손들이 「동산정본종계안(東山亭本宗契案)」을 작성함으로써 매년 동산공 향례를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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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정계안」

동산공 향례는 불천위제사이다. 불천위제사란 위패를 옮기지 않고 해당 문중이 없어질 때까지 제사를 모시는 것이다. 불천위제사를 모시는 집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렇게 한 문중에서 불천위제사를 모시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자 큰 자랑거리이다. 더불어 이러한 향례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창원 지역의 유력한 문중 관계자이자 선비임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동산공 향례는 상산김씨 문중과 도봉서원이 존재하는 한 창원 지역 유림 행사로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다.

[정보제공자]

김기수(남, 1928년생, 석산마을 거주, 현 석산마을 경로회장)

김근희(남, 1935년생, 창원시 동읍 금산리 거주, 상산김씨종중수성회 회장)

김보원(남, 1932년생, 석산마을 거주)